청와대, “호르무즈 파병, 실질적 군사기여…전투·비전투 모두 포함해 검토”.
복잡한 중동 정세를 과거 시각으로 재단…명분·실익 없어
대통령과 지지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실패 위험 경고
한반도 전쟁 억제와 선제타격 저지를 위한 노무현의 결단과는 달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호르무즈해협에 군사적 기여를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파병에 대한 논의를 공식화했다.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을 파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사진은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 (사진=방위사업청)
(뉴스9=이호철기자) 청와대가 결국 폭탄 선언을 한 가운데 결국 파병을 염두해둔 모양세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상상하기 힘든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실질적 기여’에 대해서는 여러 번 이야기했고 사실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전투 참여도 있고 비전투도 있고 수색에 관여하는 것도 있고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병이란 용어는 헌법에 있는 말인데 우리가 비전투든 전투든 한 명이든 두 명이든 현장에 가면 그건 파병으로 규정된다"며 일반인들이들을 때 파병이라면 전투나 대규모 병력으로 바로 연결시키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고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호르무즈 군사적 기여 검토"라는 폭탄선언을 내놓으며 선을 넘으려는 행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어린 결단과는 궤를 달리하는 실리도 명분도 전무한 치명적인 자폭 외교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은 미 정부 네오콘의 북한 선제타격론이라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 지지층의 비난을 감수하며 마신 독배였다.
그에 반해 지금의 호르무즈 파병은 다극화된 국제 정세와 이란과의 오랜 외교적 자산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중동 화약고 한가운데에 우리 장병들과 상선들을 테러와 미사일의 표적으로 내모는 '진짜 맹독'일 뿐이다.
비록 전당대회용 호남 프로젝트 발표와 빅테크 회동 등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반도체 목줄이 잡혔다고 해서, 그 리스크 관리 실패의 대가를 국민의 목숨과 호르무즈 유조선 항로의 안전으로 때우려 드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굴종이자 패착이다.
결국 반도체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단순히 이제 두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가적 먹거리와 미래가 달려 있는 전략 산업이다.
이는 잘못 삐끗하면 ‘플라자 합의’로 일본이 나락으로 간 것처럼 우리도 그리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지키는 것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을 위해 파병이라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겨야 하는 지경까지 오게 된 정부의 리스크 관리는 심각한 문제다.
호남 메가 프로젝트 발표가 미국의 기분을 상당히 상하게 했다는 평가다.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트럼프대통령은 비공식적으로 압박을 했을 것이다.
또한 지난 샌프란시스코에서 빅테크 기업들과 회동을 한 것 역시 기분을 상하게 했다. 그 부분으로 미국이 보이지 않는 노골적인 압박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에 3분의 1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여기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 방위체에 한국군을 보내 달라는 요구는 표면적으로는 ‘항행의 자유와 국제 사회의 평화 유지’라는 명분을 띄고 있다. 게다가 한미 동맹이라는 아주 무거운 현실적 압박이 존재한다.
지난 2003년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과 현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논의의 본질적 차이는 있다. 정부의 고민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두 사건은 겉모습만 비슷할뿐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국민들이 이 차이를 이해해야 지금 정부의 판단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은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상처였다. 지자들조차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당시 명분 없는 전쟁에 왜 우리 젊은이들을 보내느냐는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당시 한반도 상황을 복기해 보면 2003년은 제2차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미국, 네오콘, 강경파 사이에서는 북한 선재 타격론이 심신하게 거론됐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공포가 실제했던 때다.
이에 당시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려 했던 거였다. 즉 한반도 전쟁 억지라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절대적 국익을 위해 지지층의 붕괴를 각오하고 독배를 마신 거였다.
결국 전투병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며 결국 평화재건 부대인 자이툰 부대를 비전투 지역에 보냈다.
반면 지금 호르무즈 파병은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교환 카드가 아니다.
지금의 세계는 2003년처럼 미국이 모든 정세를 압도하던 시대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과거의 관성에 갇혀 유연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란은 북한과 친밀하지만 역사적으로 대한민국과 꽤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다. 서울에 테헤란로가 있고 테헤란에 서울로가 있다.
우리가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파병에 동참하는 순간 이란에게 대한민국은 적대국이 된다. 이건 단순히 이란과의 외교가 단절되는 문제가 아닌 중동의 화약고 한가운데에 우리 장병들을 관역으로 세워놓는 꼴이다.
푸티 반군이나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 상선이나 함정을 공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외교는 명분과 신리의 치밀한 계산을 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은 명분을 잇는 대신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신뢰를 챙긴 뼈 아픈 결단이었다.
그런데 호르모즈 파병은 미국 주도 다국적 군에 합류한다는 빈약한 명분 외에 우리가 얻는 실리가 없다는 것이 명확하다. 정부의 호르모즈 파병 움직임은 과거의 렌즈로 현재 복잡한 중동 정세를 재단하는 치명적인 오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셨던 독배는 우리 국민을 살리기 위한 약이 되었지만 지금 고민 없이 받아들려 하는 이 처사는 그저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진짜 독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무기였던 유능한 실용주의를 외교 안보 무대에서도 제대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이익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은 멈춰야 한다.
한편 파병 전력으로는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천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자산을 파병하려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회의 의결,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할 파병동의안 문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기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정부가 이달 중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호철 기자 josepharies7625@gmail.com jebo@news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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