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양도세 강화… 구윤철 "여건되면 얼마든 검토"
구 부총리, 필요하면 검토 가능 발언
고환율 안정 수단으로 '세제 활용' 시사…
투자자 반발 … "환차손 위험에 세금까지 과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 등 최근 경제상황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뉴스9=이호철기자) 정부가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세가 지목된 가운데, 세제 조정이 환율 안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열려 있다"며 해외주식 양도세 상향 가능성을 열어놨다.
현재 해외주식은 연간 양도차익이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나머지 수익에 대해 22%(양도소득세 20%+지방소득세 2%)가 부과된다. 정부가 이 기준을 강화할 경우 세율 인상이나 공제 축소가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미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의 부담을 세금으로까지 돌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실제로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환전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주식 수익이 환율 변동으로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중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 투자 위축과 국내 증시 쏠림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의 이유로 수급 불균형을 꼽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경상수지는 82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해외 증권투자액은 998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해외투자로 나간 달러가 더 많아 순유출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정부는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결제 수요 확대를 원화 약세 고착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101억달러(약 14조8700억원)였던 해외 주식 순매수는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이미 287억달러(약 42조2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여기에 달러화 추가 강세를 예상하고 있는 기업들의 달러 보유 확대가 꼽힌다. 과거에는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며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났지만,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내 현지 투자 확대, 관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환전을 미루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환율 안정을 위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제를 활용한 환율 방어책 도입 여부를 묻는 말에 "세제를 활용한 수단은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정책이라는 게 무조건 안 되고, 무조건 되는 것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대를 위협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는 성역 없는 대응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환당국이 증권사들과 만나 환율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실태 파악 차원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9개 대형 증권사의 외환 담당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실태 파악에 나섰던 것을 염두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 배석한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해외 주식 투자와 관련해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증권사들이) 달러를 매수하는 외환시장 이슈(증권사들은 통상 하루 동안 고객들이 사고판 해외 주식 거래를 밤새 정산한 뒤 부족한 외화를 외환시장 개장 시점인 오전 9시쯤 일괄적으로 환전 과정에서 원화가 시장에 풀려 시세에 영향을 준다)도 있지만, 환율이 올라가는 시기에 환전이 이뤄지면 소비자가 피해나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황을 파악하고 조사하고 있는 단계"라며 "금융감독원과 같이 어떤 방안을 제시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출기업들과 간담회를 열어 달러 매도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구 부총리는 "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어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기적 인센티브는 아직 검토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논의는 환율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개인 투자자의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이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환율 리스크를 이미 떠안고 있는데 세금까지 강화하면 투자 의욕을 꺾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환율 안정과 투자자 보호 중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이호철 기자 josepharies7625@gmail.com jebo@news9.co.kr
Copyright © 뉴스9.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