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역사의 현장, 진실의 증거”
5·18 성폭력 생존자, 국가 상대 첫 소송 시작
44년 만에 처음 만난 5·18 성폭력 피해자들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 로 연대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 와 연대자들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재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9)
(뉴스9=이호철기자)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와 피해자 가족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1980년 광주에서 계엄군과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45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소송의 첫 재판이 시작되는 날이다.
박은정·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시민단체, 시민 등 30여 명도 연대의 의미로 빨간 열매가 맺힌 나뭇가지(조화)를 들고 "나는 너다. 우리는 열매다. 우리는 서로의 길"이라고 외쳤다.
참석자들은 피해 사실을 못하고 숨진 이들을 위해 묵념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김복희 열매 대표는 “오늘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고, 개인적 감정이 아닌 헌법과 법의 이름으로 여기에 섰다” 고 하며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법 앞에서 명확히 하는것”이라고 말했다.
12·3 불법계엄이 생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결심한 계기였다. 열매의 법률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원고들은 비상계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얼어붙었다. 다시는 국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지난해 12월 12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고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 14명과 가족 3명 등 17명이다.
하주희 변호사는 “계엄군이 소속된 국가가 책임져야 된다는 점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일련이 과정이 군부의 지시 하에 통제됐고, 계엄군이 폭행·협박·상해를 입히며 자행한 행위이며, 단독이 아니라 2~5인이 한 행위이기 때문”이라며 “계엄군의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책임이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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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 와 함께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첫 재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9)
연대 발언에 나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계신 5·18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여러분들께서 2024년 대한민국을 살리셨다"며 "재판에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고 성폭력 피해자는 반드시 구제된다는 역사를 만들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춘생 의원은 "빨리 피해자를 인정하고 국가가 배상했어야 함에도 너무 더뎌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연대 발언에 나선 ‘미투(나도 고발한다)’ 서지현 검사는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제 미투를 보고 용기를 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많이 울었다”며 “저야말로 이분들로 인해 큰 용기를 얻었다. 오늘 이렇게 우뚝 선 이들의 모습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도 “김학순이 일본군의 참혹한 성착취를 공개 증언한 이후 아시아·태평양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침묵을 깼듯이, 오늘 법정에 선 용감한 피해자들도 끝내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피해자들의 용기, 침묵을 뚫고 나온 목소리가 정의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 민사 소송 과정에서 피해 입증을 위해 피해자가 수차례 증언하고 피해 액수를 결정한다며 그 피해가 얼마나 대단한지 검증하고 또 검증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피고인 국가는 자신의 행위를 낱낱이 고백하고 진실이 세상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성실하고 신속히 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 5·18 당시 계엄군과 경찰에 의한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처음으로 공개 증언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43년 만의 고발이었다. 이들이 ‘열매’를 결성하고 치유와 정의 회복에 나섰다. 이어 그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에 진상규명결정을 내렸다. 다만 배·보상이나 치유 대책을 포함한 후속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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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5·18 성폭력 피해자 첫 재판을 앞두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공동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스9)
1980년 당시 10대에서 30대였던 생존자들은 45년이 지난 이날 법원 입장을 앞두고 연대자들에게서 평화와 피해 회복을 상징하는 열매를 전달받았다. ‘5·18 성폭력 치유회복의 길을 여는 열매’로 전환해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절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10시 10분쯤부터 시작된 첫 변론기일은 2023년 12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공식 인정한 '진상규명결정'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첫 사법 절차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년 1월 16일로 예정됐다.
이호철 기자 josepharies7625@gmail.com jebo@news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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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국가 책임 진상규명